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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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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와 신 스틸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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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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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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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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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님께서 2023-03-03 에 작성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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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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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난방비 문제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여·야의 정치권은 상대편 탓하기에 급급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집권정부의 성향이 아니라 정부의 가격통제를 자초한 가스시장 구조와 요금 결정거버넌스에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요금 자제론이 나오는 것 역시 그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일반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천연가스를 둘러싼 또 다른 우려가 하나 있다.
최근에 확정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의 목표하에 원전과 재생가능에너지에 중심 역할을 부여하고, 수입연료이면서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석탄발전과 가스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국내·외 에너지 여건 변화를 반영한 바람직한 장기방향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발전용 가스 등 천연가스 수급에는 일말의 우려가 있다. 동 계획에 따르면 현재 30% 수준의 가스발전량이 십여 년 후인 2036년에 9%대로 축소된다. 최근의 가스가격 폭등이나 물량확보 애로를 감안하면 이해는 되나 불확실성이 크다. 그동안 가스발전이 다른 전원의 발전량 부족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느라 큰 오차의 변동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천연가스 수입물량이 축소되더라도 그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전력수요 전망 자체가 이상기온(시스템 냉난방)과 에너지 전력화(전기차) 그리고 4차산업혁명(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해 매우 불확실해졌다. 전력공급 측면에서 최근 하향 조정되기는 했으나 재생가능에너지(특히 해상풍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신기술로서 수소와 암모니아 발전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원전 계속운전 역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전력계통상 건설 및 운영상 불확실성이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원전과 함께 장거리 송전망 의존도가 매우 높은 재생가능에너지(태양광 및 해상풍력)로 인한 계통보강 문제 그리고 경직성 원전과 간헐성 재생가능에너지로 인한 계통운영 제약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수요 및 공급상 불확실성과 계통제약 및 운영상 애로가 유발하는 변동성은 대부분 천연가스의 대역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설령 정책기조상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주인공이라도 우리 여건상 천연가스의 사용과 수입이 불가피하다면 저탄소인 천연가스 수급 역시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에너지부존 여건과 국제무역이 만개한 상황에서 에너지안보가 반드시 수입 제로와 국내 100% 자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영화에서 주연은 아니고 화면 분량은 적지만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을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한다. 뻔한 ‘클리셰(cliche)’의 영화라도 조연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영화를 살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시나리오에서도 천연가스의 신 스틸러 역할이 필요하다. 더구나 지난 십여 년간 역대 정부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라는 두 주연이 보여준 어색한 ‘오버 액션’을 감안하면 천연가스의 신 스틸러 역할은 더 중요질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 조연이라고 모두 신 스틸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천연가스가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유연한 임기응변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처럼 수급관리 차원의 불확실성 물량을 감안하는 것도 필요하나 향후의 불확실성은 과거의 변동분 오차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확률조차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수급상 유연성과 다양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논란이 되고 있는 직도입의 경우 비축의무 등 규제 강화와 전력도매시장 개혁을 전제로 국내 거래를 허용하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도입주체의 다양성과 물량거래의 유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 활성화와 공정한 TPA를 위해서는 배관망의 중립적 운영 역시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가스공사가 최종공급의무라는 제약조건 하에 배관망을 합리적으로 운영했더라도 이에 관한 외부의 신뢰를 얻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차제에 중립적 규제기관 혹은 위원회에 의한 배관망 운영규칙과 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대응과정에서 가스업계의 내부 이해관계가 다르고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스업계 전체가 ‘신 스틸러’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관객의 뇌리에 남는 영화는 주연들이 훌륭한 경우도 있지만 주변 조연들의 기막힌 조화가 더 빛나는 경우도 많다.
(전기신문 202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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