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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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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3개의 중립:집중무권의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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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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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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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님께서 2023-11-20 에 작성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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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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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에 약속한 도전적인 감축목표에 비해 우리의 탄소감축은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탄소중립에 불리한 우리나라의 에너지부존 여건이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등에 기인하지만 에너지계획이나 에너지시장구조 상의 문제도 있다. 탄소중립의 견인차이자 선진 OECD 국가에서 보편적인 ‘계획, 시장, 계통상 중립‘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첫째, 정부 계획이나 정책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는 ‘진영 중립’ 문제다. 어느 나라든 집권 정부에 따라 에너지계획이나 정책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 진폭이 주어진 현실 제약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국가계획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정책의 신뢰성을 하락시키고, 각종 정부예산 및 민간투자상 혼선을 유발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중장기 에너지관련 계획들을 확정적 성격에서 전망적 성격의 3가지 내외의 시나리오로 전환하고, 비현실적인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수립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에너지시장과 요금의 자의적 정치 개입을 방지하는 ‘규제 중립’ 문제다. 탄소비용은 물론 공급원가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신호로는 탄소중립 구현이 요원하다. 일반적으로 국민경제의 과열이나 침체를 피하고 안정적인 물가 하에 내실 있는 중장기 경제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대부분 국가에서 기준금리, 즉 이자율 결정은 정치적 독립기구에서 하고 있다. 특정 정부가 자신의 단기적 목적으로 경제를 무리하게 과열시키는 폐해를 막고 금리정책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탄소중립 경제에서 국민경제에서의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탄소비용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신호이다. 기준금리가 국민경제의 소비와 저축 그리고 투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듯 강건하고 신뢰성 있는 가격신호는 모든 에너지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탄소감축에 필요한 대응과 관련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전기위원회 등 규제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규제 중립 이 필수적이다.
셋째, 네트워크 산업으로서 전력, 가스, 열 부문의 ‘망 중립‘ 문제다. 탄소중립으로 인한 에너지부문의 지각변동으로 세계 각국에서 분산형이면서 영역간 융합과 거래로 탄소감축을 지향하는 VPP나 PPA 등의 혁신적인 신산업과 비즈니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신규사업 및 사업자들이 원활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연독점에 해당하는 망 부문을 특정 사업자가 아닌 중립적인 주체가 담당해야 한다. 특정 사업과 연루된 망 사업자는 아무리 공정하게 망 운영을 해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오해과 부작용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 네트워크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상의 세 가지 중립은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입장들을 단순히 봉합하자는 차원의 중립이 아니라 이를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한 기준점으로서 중립이라는 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 고전에 맹자의 제자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극단의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한 제자가 자기는 무조건 중립이라고 하자 맹자가 이를 ‘저울질이 없이 중립을 취하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하나의 입장을 취하는 것과 같다(執中無權, 猶執一也)’고 비판한 적이 있다. 진정한 중립에는 ‘저울질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탄소중립에 필요한 ‘진영 중립’, ‘규제 중립’, ‘망 중립’은 서로 다른 주장의 산술평균적 중립이 아니라 대립하는 정치적 입장과 다양한 주장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혁신할 수 있게 한쪽을 기울지 않도록 판단하는 기준이자 저울추인 셈이다. 이러한 중립적 저울추가 없으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입장 간의 효과적인 조율과 생산적인 합의가 어려운 ‘집중무권(執中無權)’이 될 뿐이다. 이제는 탄소중립의 수치논쟁이란 변죽만 울리기보다 ‘집중유권(執中有權)’을 위한 ‘세 가지 저울추’를 마련할 시점이다.
(전기신문 202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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