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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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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정치망영객들이 고구려에 들어온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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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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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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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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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님께서 2009-01-03 에 작성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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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안악3호분주인공.bmp (Download:27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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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에서 5세기로 넘어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구려사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고구려 땅에는 상당수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마치 ‘세계화’로 상징되는 오늘 날,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인 것처럼.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집안에 있는 벽화고분인 각저총에는 씨름하는 선수가 있는데, 현재의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그는 서역인(西域人)이었던 것이다. 당시 동북아시아의 격변기속에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고구려로 이주해왔다. 문헌사료나 고고학 자료를 통하여 확인되는 외국인의 대표적인 예는 중국사람들이다.
지금의 중국은 통일된 국가의 모습이지만, 고구려시기에는 여러 개의 왕조가 등장하여 고구려와 접촉하면서 각기 성장과 멸망의 과정을 되풀이하였다. 즉 북방의 유목민족이 세운 전연과 후연, 서쪽의 오랑캐인 저(氐)족이 세운 전진(오늘 날의 서역지방), 흉노족계통의 후조, 한(漢)족이 세운 진. 그리고 한족이 양자강 이남지역으로 남하하여 세운 동진 등을 비롯한 여러 왕조가 고구려와 교류하였다. 한편 고구려의 주변에는 떳떳한 독립국가의 모습을 띄지는 못했지만 숙신족, 거란족을 비롯한 여러 종족집단 등이 존재하고 있었다. 고구려는 사방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들 국가와 종족집단의 일부를 내부구성원으로 포함하였다.
고구려에 중국인이 대거 몰려들게 된 까닭은 당시 고구려 땅이 주변의 다른 나라에 비하여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지고 모여든 사람들은 이국땅 고구려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었을 것이다. 이 시기 고구려가 가졌던 힘은 <광개토왕릉비>와 <모두루묘지>의 기록된 내용을 통하여 짐작할 수 있다.
“(광개토왕)의 무공은 四海에 떨쳤다. 외래의 침략과 우환을 제거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평안이 그 업에 종사하게 하였다. 국가는 부유하고 백성도 殷實하였다. 오곡이 넉넉하게 잘 익었다.”-<광개토왕릉비>-
“천하 사방이 이 나라의 성스러움을 알고 있을 지니”-<모두루묘지>-
위의 기록을 보면 당시 고구려인의 자부심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다. 이와 같은 고구려인들의 자신감은 내부적으로는 왕을 정점으로 한 통치력의 안정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당시 중국의 정치적 혼란이라는 몇 가지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고구려의 정치적인 안정과는 달리 중국은 내부의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후한왕조가 멸망한 이후 계속 전란에 휩싸여 있었는데, 이 시기를 삼국시대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 즉 제갈공명․관우․손권․조조 등이 활약하던 시대이다. 삼국시대를 마감하고 진(晋)왕조가 들어서면서 중국은 한 동안 평화스런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진은 3세기말～4세기 초엽에 이르러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왕자의 난을 포함하여 진 왕실의 내분이 복잡해지면서, 국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이를 틈타서 중국의 외곽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이민족들이 사방에서 봉기하게 되었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은, 중국의 동북방 지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중국의 혼란상은 수많은 중국계 이주민이 인접한 고구려로 유입해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요동지방을 지배해오던 진(晋)의 통제력은 4세기 초에 이르러 행정적인 지배권을 상실할 정도로 약화되었고, 주변지역의 이민족들은 더욱 세력을 확장해 왔다. 진이 멸망한 이후에는 요서지방을 중심으로 하여 전연(前燕), 전진(前秦), 후연(後燕), 북연(北燕)등의 국가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인접한 고구려와 다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고구려와 서쪽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던 여러 왕조들이 명멸해가는 과정에서 중국은 내부적으로 커다란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사람들의 삶은 불안해 질 수밖에 없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정치 망명객이 빈번히 고구려로 이주해왔다.
1. 정치 망명객은 어떠한 사람들이었을까?
1)왕과 왕족
중국의 정치적인 혼란속에서 여러 왕조의 왕과 왕족이 고구려로 망명해 온 경우가 있다.
우문부왕 일두귀(逸豆歸) ; 우문부(宇文部)의 왕인 일두귀가 망명해왔다. 우문부는 요동의 서북방지역인 시라무렌강(西拉木倫河)과 라오하강(老哈河)유역을 중심으로 하여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선비족의 일파이다. 오늘 날의 내몽고자치구 남쪽지역에 해당된다. 3세기 중반이후 그 세력을 형성하였는데, 일두귀는 동부대인 출신으로서 왕이 된 인물이다. 일두귀는 전연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후퇴를 거듭하다가 345년, 고구려로 망명해왔다.
북연왕 풍홍(馮弘) ; 북연왕 풍홍이 망명해왔다. 북연은 요서지방, 오늘 날의 요녕성과 하북성 일대에 세력을 가지고 있던 국가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는『삼국사기』 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4월 (북)위가 (북)연의 백랑성을 공격하여 이기니 (장수)왕은 장수 갈로맹광(葛盧孟光)을 보내어 군중 수만을 거느리고 양이(陽伊)를 따라 화룡(북연의 왕성)에 가서 연나라 왕을 맞이하게 하였다. 갈로맹광은 성안으로 들어가 군사들에게 명령하여 떨어진 군복을 벗어버리고 燕의 무기고에 저장된 정교한 군수품을 가져다 나누어주고 성안을 대대적으로 노략하였다. 5월에 연왕은 (화)룡성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동으로 옮길 때, 궁전을 불 지르니 불이 열흘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다. 이때 부인들은 갑옷을 입혀 (행렬의)가운데 있게 하고 양이(陽伊)는 정예 병사들을 단속하여 밖을 가리고 갈로맹광은 기병을 거느리고 뒤에서 수레를 나란히 하여 행진하니 (그 행렬이)앞뒤로 80여리나 되었다.
북연은 동쪽으로 고구려, 서쪽으로는 북위와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북연왕 풍홍은 북위의 점점 가중되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고구려로 망명해온 것이다. 그 과정을 알아보면, 북연은 세자가 432년 북위로 망명해 가면서 결정적으로 힘이 꺾이게 되었고, 계속되는 북위의 위협을 막기 위해 양자강 남쪽의 송(宋)에게 의지하려 하였다. 하지만 송은 군대를 지원할 만한 처지가 못 되었다. 위급을 느낀 북연왕 풍홍은 435년,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어 미리 자신의 망명의사를 타진하였다. 북위는 436년 2월에 대규모 군사를 일으켰다. 북위는 고구려를 비롯한 주변 각 국에 북연정벌을 통고하고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착수하였다. 결국 풍홍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망명요청을 받아놓았던 고구려로의 망명이었다. 장수왕은 436년 대규모의 군대를 멀리 북연의 수도인 화룡성(오늘 날의 요녕성 조양지방)에까지 파견하여 북연왕 일행을 호송해왔다. 그 행렬이 80여 리에 달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왕을 비롯한 대규모의 인원이 고구려로 망명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연왕의 동생인 풍비(馮丕) ; 북연왕 풍발의 동생인 풍비가 망명해왔다. 망명해 온 연대는 분명치 않지만, 고구려에 거주하던 풍비는 414년 북연왕 풍발의 부름을 받고 돌아갔다.
2)행정관료
동이교위 최비(崔毖) ; 동이교위 최비가 망명해왔다. 동이교위(東夷校尉)라는 관직은 중국이 동이족을 통제할 목적으로 만든 관직이다. 최비라는 인물은 晋에서 이탈하여 화북지방을 중심으로 하여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왕준(王浚)이란 인물의 장인이다. 왕준은 세력을 사방으로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311년 최비를 동이교위로 임명하여 파견하였다. 새로운 동이교위로서 부임해 온 최비는 이 지역에서 진을 몰아내고 세력권을 주도해 나가던 선비족 모용외를 견제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유랑민이 대거 모용외에게 몰려들면서 점차 세력의 우열관계가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최비는 모용씨 주변에 있던 고구려․우문부․단부와 같은 여러 종족집단과 연합하여 모용씨를 제압하려고 하였다. 최비는 삼국과 연합하여 모용외의 근거지인 극성(현 요녕성 금주시 부근)을 포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모용외의 방해공작과 연합국간의 이견으로 삼국연합은 와해되고 말았다. 결국 319년 모용씨 공격에 실패한 최비는 기병을 이끌고 고구려로 망명하였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고구려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요동지방 최고위급 관료의 고구려 망명사건이다.
사마 동수(冬壽) ; 선비족 정권의 고위관료인 동수라는 인물이 망명해왔다. 동수는 요서지방에 세워진 전연이란 국가에서 사마(司馬)라는 관직에 있던 인물이다. 그 배경은 선비족의 지도자였던 모용외가 죽자(333년), 권력계승을 놓고 자식들 간의 내분이 일어났다. 셋째아들 모용황이 모용외를 계승하여 권력을 장악하게 되자, 이전부터 요동지방을 장악하고 있던 다른 아들 모용인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요서지방의 모용황과 요동지방의 모용인이 대립하자 이 지역의 세력관계는 양분되었다. 마침내 모용인의 반란은 3년 만에 진압되었는데(336년), 이 과정에서 모용인에 협력하였던 일부의 관료(동수, 곽충)가 336년 고구려로 망명해왔다.
그런데 망명해 온 동수가 고구려에서 20여년을 살다가 357년에 죽었다는 기록이 황해도의 어느 벽화무덤의 벽면에 기록되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유명한 안악 3호분이다. 안악 3호분은 한반도에서 발견된 벽화무덤 중 최대급이다. 또한 무덤 안에는 다양하고도 화려한 벽화와 함께 동수의 묘지명이 있다. 이 시기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벽화무덤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무덤 안에는 동수가 고구려에 와서 호화스럽게 생활하던 여러 가지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동이교위 봉추(封抽)․호군 송황(宋晃)․거취령 유홍(游泓) 전연의 일부 관리들이 고구려로 망명해 왔다. 이 사건은 전연의 서쪽에 인접하여 세력을 확장해나가던 후조(後趙)라는 국가와 연관되어 있다. 후조가 전연을 공격하면서 양국 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사이에서 세력관계를 저울질하던 전연의 관료 일부가 후조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후조의 공격이 실패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보복을 두려워하던 후조측에 가담했던 전연의 관료(봉추․송황․유홍) 들이 338년 고구려로 도망해왔다. 위의 인물 중에 호군(護軍) 송황은 고구려에서 생활하다가, 고구려의 외교 전략상 전연으로 송환해 주었다. 돌아간 송황은 전연에서 요직을 역임하였다.
태부 모용평(慕容評) 전연의 최고 실권자로서 태부(太傅)직에 있던 모용평이 망명해왔다. 이 사건은 전연이 370년 전진(前秦)과의 일전에서 크게 패하였고, 불과 2개월 만에 수도로부터 멀리 요동지방에 이르기까지 온 영역을 상실하고 멸망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전진이 요서지방을 점령하자 동쪽으로 후퇴를 거듭하던 모용평은 결국 고구려로 망명해왔다. 전진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희망하던 고구려는 370년 모용평이 망명해오자, 그를 붙잡아 전진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고구려와 전진은 내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였다.
유주자사 진(鎭) 대동강 하류지역인 남포시에서 유주자사(幽州刺史) 진의 벽화무덤이 발견되었다. 벽화에는 주인공인 진이란 인물에 대한 내력을 기록한 묘지문이 먹으로 길게 쓰여 있다. 그 내용은 진의 국적 신도현 도향, 성명 □□氏鎭, 역임한 관직 건위장군, 국소대형, 좌장군, 용양장군, 요동태수, 사지절 동이교위 유주자사, 향년 77세, 안장일 영락 18년, 408년과 후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길상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영락(永樂)이란 광개토대왕이 제정한 연호가 사용되었다는 점과 고구려의 북중국지배를 상징하는 관직명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주는 벽화그림 즉 주인공인 진이 유주에 소속된 13군 태수들과 함께 정사를 논의하고 있는 장면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하다. 13군은 오늘 날 북경이동으로부터 만주지역에 이르는 지역이고, 유주자사는 이들 13군을 통할하는 행정적인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이 무덤에 대하여는 학계의 논란이 있으나 대체로 주인공 진을 중국에서 이주해 온 망명객으로 이해하고 있다.
2. 정치 망명객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고구려로 이주해 온 망명객들은 어떠한 심정으로 지냈을까? 고향과 근거지를 버리고 먼 타국 땅에 와서 살아야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는 한숨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국땅에서 그들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고구려가 그들을 어떻게 예우해 주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고구려는 유입해온 정치 망명객들을 어떻게 대우하였을까? 고구려는 4세기 초엽이후 비약적으로 확대된 영역 그리고 편입된 다양한 종족집단을 통치하기 위하여 그 지역 및 주민에 대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편제 및 지배방식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소수림왕에 의한 불교의 수용과 율령의 반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4세기 후반이후 강력해 진 왕권은 불교의 수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고구려왕실에서는 왕권의 절대성․초월성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보편적인 관념체계가 필요하였다.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복잡한 종교나 사상 등을 통일하는 것이다. 불교는 고구려 왕실의 이와 같은 소망을 교리로 뒷받침할 수가 있었다. 이러한 필요에 의하여 도입된 불교는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 하에 전파되었다. 고구려인의 독자적인 천하관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형성되었다.
이와 같은 고구려의 내부적인 상황속에서 정치망명객들이 수용되었다. 하지만 사회․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망명객들에게 고구려의 관습법 내지는 독자적 율령을 적용시켜 지배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구려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용시킬 보편적 율령체계의 개발이 필요하였다. 망명객들도 이와 같은 고구려의 율령체계에 직접적인 적용대상이 되면서 점차 고구려인화 되어 갔다. 또한 이들을 사상적으로 동화시키는데 유용한 것은 불교정책이었다. 이와 같은 고구려의 동화정책에 의해 망명객들은 서서히 고구려인화 되어 갔다.
그렇다면 정치 망명객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이들 망명객은 정치적인 배경이 다양하고 또한 중국의 선진문물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고구려가 국가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였다. 이들은 중국의 다양한 제도와 문화를 고구려에 전파시켰을 것이다. 또한 중국의 율령을 비롯한 제반 제도에 익숙한 일부는 고구려정권에 참여하여 국력향상에 기여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망명객의 신분은 왕, 왕의 동생, 고위직의 관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물론 군인, 일반인의 망명도 빈번하였을 것이다. 고구려는 정치 망명객들을 선별하여 도읍과 지방에 각기 나누어 살게 하였다. 따라서 망명객들은 그들이 배치된 지역에 따라서 각기 다른 생활을 영위하였다고 생각된다. 당시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는 강도 즉 정치 환경은 국도와 지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들 지역이 표출해내는 역사상은 서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도읍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배치된 망명객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고구려의 행정통치력이 비교적 약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와 관습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안악 3호분이나 덕흥리 벽화무덤에 나타나는 생생하고도 다양한 중국적 요소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당시는 지방에 해당되었던 평양 및 그 주변지역에서 발견되는 수천 기가 넘는 중국식묘제인 벽돌무덤(전축분)도 이러한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반면에 국도 및 그 주변에 배치된 망명객들은 지방에 배치된 사람들에 비해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고구려와는 이질적인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할 수 없었던 사회적인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구려왕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아야 하였다. 따라서 국도에 적용되는 고구려의 관습법 내지는 율령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오늘 날 이 지역에서 정치망명객의 흔적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고구려 땅에서 살아갔다. 일부는 끝내 망명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고향을 등진 그 사람들의 삶은 슬픔과 한숨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면서 점차 고향을 잊어 갔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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