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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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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돌속에 묻힌 사람들 |
조회 |
2,7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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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님께서 2008-09-11 에 작성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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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
 적석총산성하고분군2.JPG (Download:553회)
덕흥리여주인공수레.bmp (Download:13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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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에 묻힌 사람들
고구려의 수도였던 집안에 가서 놀라는 것은 이곳에 고구려시대의 무덤이 적어도 12,000기 이상이나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나라에 가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사적 사실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 광개토왕릉으로 알려진 태왕릉은 무덤 한 변의 길이가 60m 가 넘는다. 또한 그 앞에 서 있는 <광개토왕릉비>는 그 크기(6.39m)로 볼 때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 하니 더욱 놀라울 일이다.
고구려인들은 죽음이 이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지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무덤을 크게 만들고 무덤 안을 집처럼 꾸며 죽은 자의 영혼이 머물도록 하였다. 물론 무덤 안에는 죽어서도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생전에 쓰던 물건들, 즉 생활도구나 식량 등을 넉넉하게 넣어 주었다.
『삼국지』동이전을 보면 고구려인의 죽음에 대하여 “남녀가 서로 결혼을 하면 죽어서 입을 수의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장례에 금은을 비롯한 귀중한 보물을 모두 사용하였다”라고 기록하였다. 고구려 사람들이 죽음을 얼마나 장엄한 행사로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늘 날 사람이 죽으면 3일 만에 장례를 지내고 있지만, 고구려시대는 장례를 지내는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왕의 경우엔 돌아가신지 3년 만에 장례를 지냈다. 고구려인들은 죽었을 때 그 죽음을 슬퍼하였지만, 장례 일에는 춤추며 술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고구려무덤의 대표적인 특징은 사람들이 돌 속에 묻혔다는 점이다. 이는 신라, 백제도 비슷한 상황인데 비하여, 중국의 경우와는 이질적이다. 알다시피 이 시기 중국의 대표적인 무덤형태는 무덤방을 벽돌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전축분이라고 한다. 보편적으로 주검은 무덤방에 안치되는데, 그 방식에 따라서 홀로 묻히는 단독장과 2인 이상 묻히는 합장으로 구분된다. 무덤방이 단독장인 경우는 석곽분, 합장인 경우는 석실분이라고 부른다. 석실분 중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도 있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무덤 벽면과 천정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 치장하기도 하였다.
무덤벽화에는 고구려인들이 당시를 살아가던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나고 있다. 작가의 뛰어난 표현기법을 통하여 문헌자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귀족과 평민의 복식, 음악과 춤, 종교, 천문학, 생활의 도구 및 풍습 등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백제나 신라, 일본 등에서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당시 동아시아의 역사를 복원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일부 고구려무덤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세계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세계유산으로서 등록하였다.
무덤은 죽은 자의 터전이다. 인간의 문화적인 전통이 가장 오래 유지되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서 장례행위를 꼽는다. 고구려인들은 처음에는 무덤의 봉분을 만드는데, 돌을 쌓아 지붕처럼 덮었다. 나중에는 봉분이 돌에서 흙으로 대치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각기 수백 년 간 유지되었다. 그렇지만 봉분내부는 돌로서 구획하여 무덤방을 만들었다. 전자를 돌로 쌓았다는 뜻으로 적석총(積石塚), 후자를 흙으로 덮었다는 의미에서 봉토분(封土墳)이라고 부른다.
1.적석총(積石塚)
고구려의 적석총이 분포한 대표적인 지역은 압록강유역과 혼강 유역이다. 혼강 유역은 고구려의 첫 번째 수도인 흘승골성이, 압록강유역은 두 번째 수도인 국내성이 소재한 지역이다. 세 번째 수도인 평양지역에도 적석총이 일부 분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삼국지』를 보면 이 시기 고구려 사람들의 무덤에 대하여 “돌을 쌓아 봉분으로 만들고 주변에 소나무와 잣나무를 나란히 심어 놓았다”고 기록하여, 적석총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해준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나타난 역사적 사실 한 가지. 고국천왕과 산상왕(이 둘은 형제지간)의 왕비였던 우씨가 죽을 때 산상왕릉에 묻히기를 유언하니 그 뜻에 따라 합장해 주었다. 그러자 고국천왕이 무당의 꿈속에 나타나 (우씨가 자신의 릉으로 오지 않은 사실에) 화를 내며 내 무덤을 가려달라고 하여 고국천왕릉 주변에 소나무를 7겹이나 심어주었다는 이야기와도 관련된다.
적석총은 강가의 언덕에 위치하거나, 평지, 산록의 중간부에 위치하기도 한다. 몇 개 또는 수십 개가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관상으로는 돌무더기처럼 보인다. 규모가 큰 것은 피라밋 모양에서 위를 잘라낸 것 같은 방대형(方臺形)의 모습을 띈다. 그 크기 및 축조방식에 따라서 바깥 돌을 나란히 배열하여 기단을 조성한 기단식과 강돌을 끌어 모아 쌓아올린 무기단식이 있다. 무기단식 적석총이 가장 선행하는 형식이다. 무기단식은 돌을 끌어 모아 불규칙하게 쌓아 올렸기 때문에 무덤을 크게 만들 수가 없다.
반면에 기단식 적석총은 후일 계단식의 적석총으로 발전하여, 더욱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졌다. 고구려에서 적석총이 사용된 중심연대는 대체로 기원전 3세기 경 무렵부터 5세기 무렵까지 사용되었다. 적석총은 발전단계에 따라 초기의 적석석곽분과 후기의 적석석실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적석총은 고구려의 문화적 독자성을 나타내는 문화유산이다. 중국의 매장방식과 구분되는 큰 특징은 주검이 지상에 묻힌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무덤방을 지하 깊숙이 만들었다. 고구려는 독특한 적석총이라고 하는 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국가를 형성시켜 나갔다. 이와 같은 적석총의 변화과정을 통하여 고구려의 국가형성과 발전과정을 이해하기도 한다.
1)적석석곽분
적석석곽분은 압록강 중․하류지역과 혼강 유역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적석석곽분이 축조된 중심연대는 대체로 기원전 3세기경부터 서기 3세기 무렵까지 이다. 적석석곽분은 주검이 땅위에 묻혔다는 점에서 이 시기 중국지역의 매장방식과 구분된다. 고구려 고유의 묘제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른 시기의 적석석곽분에서는 청동기가 출토되고 있으니, 고구려가 건국되기 이전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구려 사회를 탐구할 수 있는 연구대상이다. 고구려는 이러한 적석석곽분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국가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
적석석곽분은 구조적인 특성상 죽은 자를 수직방향 즉 위에서 밑으로 매장한다. 매장은 지면을 평탄하게 정리한 후에 강돌을 가지런히 포개 깔아 분구를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안치하는 무덤방을 조성하였다. 초기의 것은 기단이 없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무덤이 커지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단이 만들어졌다. 이는 고구려가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살다가 간 다양한 인물들의 무덤일 것이다.
2)적석석실분
적석석실분이 축조된 중심연대는 대체로 3세기경부터 5세기 경 무렵까지이다. 적석석곽분이 대형화되면서 나타난 것인데, 보다 발전된 무덤형태라고 하겠다. 사방에는 기단이 있는데, 계단식으로 몇 겹씩 돌려진 것 들이 많다. 주로 국내성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평양지역에서도 다수 발견되고 있어 고구려의 영역확장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적석석실분은 구조적인 특성상 죽은 자를 수평방향으로 매장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덤의 입구에 출입문을 만들어야 한다. 무덤방은 지상에 만들어 졌는데, 무덤방으로 들어가는 통로와 합장이 가능하도록 대형의 석실을 조성하였다. 이중에는 간혹 벽화가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4세기 중엽부터 5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적석석실분 중에 규모가 큰 것이 많다. 한 변의 길이가 60m이상인 초대형의 무덤을 여러 개 볼 수 있는데, 이 시기의 왕릉에 해당된다. 왕릉은 무덤주변에 관리시설을 비롯하여 일정한 묘역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다. 장수왕은 선왕인 광개토왕릉을 지키기 위하여 묘지기로서 전국에서 330家를 징발하여 배치한 사실이 <광개토왕릉비>에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무덤에는 정상부에 와당으로 장식한 건축물이 세워지기도 하였다. 이것은 무덤위에서 제례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적석석실분은 고구려가 영역을 비약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던 시기에 축조된 것인데, 고구려의 힘과 문화적 독자성을 엿 볼 수 있다. 이 시기 고구려인들은 독자적인 천하관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적석석실분에는 권력자 또는 귀족계급이 묻혔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중에서도 고구려왕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을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
태왕릉(太王陵)이란 이름은 무너진 돌 틈 속에서 ‘태왕의 릉이 산처럼 오래 오래 남아 있기를 기원하는(願太王陵安如山固如岳)’ 글자가 새겨진 벽돌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무덤은 대부분 무너졌는데 한 변의 길이가 60m가 넘는다. 무덤 방은 정상부에 위치한다. 서벽의 중앙부에 무덤으로 통하는 연도와 석실이 조성되었다. 무덤방에는 윤기나는 돌로 만든 석곽이 있는데 관을 보관하였던 시설이다. 2개의 관이 나란히 놓여 있었던 흔적이 있다. 이곳에서 나무로 만든 관(棺)을 사용하였던 것으로 추정케 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태왕릉에서 약 200m가량 떨어진 곳에 <광개토왕릉비>가 서 있다. 따라서 태왕릉을 광개토대왕의 무덤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태왕릉의 주변에는 제사 및 무덤의 관리와 연관되는 커다란 건물터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무덤에서는 연꽃 문양이 있는 와당과 기와편, 벽돌편 등이 발견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好大王」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청동방울과 금동으로 만든 제사상의 다리, 왕이 말을 탈 때 발걸이로 사용하던 금동제 등자 등이 출토되었다.
장군총(將軍塚)은 고구려적석총중에서 백미라 할 정도로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띄고 있다. 모두 7층의 피라미드형이다. 크기는 맨 밑층 한 변이 약 33m이며, 전체적인 높이는 12m가량이다. 무덤을 보호하기 위하여 아래층에는 한 변에 3개씩 큰 돌을 세워 기대놓았다. 입구는 남서쪽 방향인 5층에 조성되어 있다. 무덤의 정상부에는 연화문와당으로 장식한 기와건물이 있었던 흔적이 있다. 무덤의 인근에는 왕릉의 유지 및 관리와 연관되어 건립한 것으로 보이는 부속건물지가 있다. 무덤방은 큼직한데, 관을 올려놓는 시설인 시상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부부의 관이 함께 놓여 졌을 것이다. 그런데 무덤의 주변에는 배총으로 알려진 소형의 장군총이 있다. 그렇다면 장군총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또한 그 옆의 배총에 묻힌 인물은 주인공과 어떤 관계였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천추총(千秋塚)이란 이름은 무덤 안에서 “천추만세(千秋萬歲)”라는 글자가 새겨진 벽돌이 발견됨으로서 유래하였다. 한 변의 길이가 60m가 넘는 초대형의 적석석실분으로서 왕릉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무너졌는데 계단이 3층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한 층마다 5단으로 쌓았다. 무덤의 주변에는 연꽃문양이 있는 와당이 출토되고 있다.
2.봉토분(封土墳)
봉토분의 경우 2인 이상 합장이 가능한 봉토석실분이 대부분이다. 봉토분이 축조되는 중심연대는 6세기 경 부터 고구려의 멸망 시까지 이다. 즉 평양천도이후의 고구려 무덤을 대표한다. 봉토분은 4세기경을 전후하여 축조되기 시작하였다. 집안지역에서 적석총을 축조하는 전통은 장군총을 마지막으로 하여 그 이후부터는 봉토분과 교체되었다. 봉토분이 고구려의 묘제로서 일반적으로 정착된 시기는 대체로 6세기 무렵이다. 봉토분은 고구려의 전 영역에 걸쳐 만들어졌다.
봉토분은 구조적인 특성상 죽은 자를 수평방향으로 매장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덤의 입구에 출입문을 만들었다. 무덤방은 반지하나 지상에 만들어진다. 무덤방으로 들어가는 통로와 합장이 가능하도록 큰 규모의 석실을 조성하였다. 무덤방은 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연도와 현실을 기본 구조로 한다. 현실에 측실이나 감실과 같은 곁방이 달려있거나, 현실 앞에 별도로 앞방이 마련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개의 무덤방과 회랑과 같은 복도시설이 배치되기도 하다. 무덤의 천정부는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는데, 그중에서 모서리의 각을 줄여나간 모줄임천장(말각천정)은 중앙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토분에 묻힌 인물은 왕을 비롯하여 다양한 상류계층이었다.
봉토석실분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동명왕릉은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왕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한 이후 시조 묘를 평양으로 옮겨 축조한 것이라고 한다. 한 변의 길이 22m ,높이 8m 가량 되는 대형의 봉토석실분이다. 하지만 기단부는 2층의 돌을 쌓아 조성하였는데, 국내성시기에 유행하였던 적석총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무덤 방에는 연꽃문양의 벽화가 있다.
모두루무덤은 고구려 대신급인물의 무덤이다. 광개토왕 시절 부여지방을 수호하며 북부여수사(北夫餘守事)의 관직을 맡아 활약하던 모두루(牟豆婁)가 주인공이다. 임무가 끝난 후 수도였던 국내성으로 돌아와 묻혔다. 무덤방에 벽화는 없으나, 벽면에는 먹으로 쓴 장문의 묘지문이 있다.
유주자사 진무덤은 고구려 대신급인물의 무덤이다. 특이한 것은 중국에서 고구려로 도망해 온 관료출신인데, 고구려 광개토왕의 신하로 활약하였던 인물이다. 유주는 행정구역 명칭이고 자사는 관직 명칭이다. 따라서 유주자사는 유주지역을 다스리는 행정적인 책임자를 의미한다. 1970년대 후반 북한학계를 흥분시켰던 유명한 벽화무덤이다. 그것은 벽화의 내용이 4세기 후반 어느 시기에 고구려가 북경지방의 동쪽으로부터 한반도에 이르는 넓은 지역(유주)을 지배하였다는 주장과 관련되어 있다. 무덤 안에는 동북지역을 행정적으로 총괄하는 유주자사(幽州刺史)라는 관직을 가진 진(鎭)이란 인물이 유주에 소속된 13개 군의 태수를 불러 모아 놓고 정사를 논의하는 장면이 극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는 고구려 광개토왕으로부터 국소대형(國小大兄)이라는 관직을 받기도 하였다. 주인공 진은 408년에 사망하여 대동강하류에 해당하는 오늘 날의 남포시 지역에 묻혔다. 그런데 사망연대를 광개토왕이 제정한 영락(永樂)이란 연호로서 표기하여 주목되었다. 무덤의 절대연대인 408년은 이 시기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무덤방에는 진이 생전에 경험했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고구려무덤의 특징 가운데 한 가지는 벽화무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벽화는 적석석실분과 봉토분에서 발견되는데, 봉토분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예술성은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현재까지 약 90여기 가량이 알려졌다. 평양 및 안악 지방에 약 70여기, 국내성 및 환인지방에 약 20여기 등이 있다.
벽화는 그 주제와 내용, 표현기법 등이 시기적인 변화상을 보이고 있다. 초기 즉 3세기～5세기 중엽 경에는 생활풍속도가 그려졌다. 생활풍속도는 내세에서도 풍요로운 삶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려졌다. 주로 생전에 기념할 만한 사건을 비롯하여, 다양한 생활상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이 그림을 통하여 고구려 사람들의 물질문명과 정신세계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구려인들의 복장이나 세세한 표정까지도 확인할 수 있어 사실감을 느낄 수 있다. 고구려인이 살아가던 모습들. 예를 들어 굴뚝과 아궁이가 연결된 부뚜막에 시루를 걸어놓고 음식을 만드는 부엌, 노루ㆍ꿩ㆍ돼지를 달아맨 푸줏간, 디딜방아, 우물, 소의 코를 꿰어 매어놓은 외양간 등의 모습이 생생하다. 무덤주인이 부하들의 시중을 받으며 부인과 함께 앉아 있는 모습, 자유분방하게 말 타고 달리며 사냥하는 모습, 가무와 놀이를 하는 장면, 군악대의 연주를 들으며 무장한 군인들이 씩씩하게 행진하는 모습 등을 바라보면 1,500여 년 전 고구려의 진취적인 역사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벽화에 표현된 인물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색상과 각기 다른 형태의 복장을 하고 있으며, 얼굴과 머리는 한껏 치장한 모습이다.
더군다나 많은 외국인이 고구려 땅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특이하다. 각저총에서 씨름하는 선수를 보면 코와 눈의 모습이 우리와는 구별되는 서역인이다.
안악 3호분은 한반도 안의 벽화무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내용의 벽화무덤으로서 잘 알려져 있다. 무덤 안은 궁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한 모습을 띄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벽면에는 먹으로 쓴 글씨가 다수 발견되었는데, 특기할 것은 『자치통감』이란 역사기록에 보이는 동수라는 인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동수는 요서지방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였던 선비족의 고위관료였다. 그는 나라에서 발생한 변란을 피하여 고구려로 망명해온 인물이다. 그는 336년 도망해 온 이후 357년 사망하기까지 약 20여 년간 고구려지역에서 살았던 인물이었다.
이 무덤에서 발견된 동수라는 인물의 묘지문은 학계의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4세기 중반의 고구려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증거자료로서의 의미가 있다. 학자들은 이 무덤의 주인공문제를 주목하였는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고구려왕이냐 아니면 망명객 동수냐 하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학계의 유력한 학설은 동수를 주인공으로 이해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고구려의 영향력 하에 있던 동수의 생활상을 보게 된다. 기마무사를 비롯한 부하들에 둘러싸여 소가 끄는 수레에 앉아 행진하는 모습, 고구려왕이 하사한 위세품인 절(節)을 옆에다 놓고 앉아 부하들과 정사를 논의 하는 모습, 서역계인물의 씨름하는 모습, 화려하게 치장한 부인과 가발을 얹은 멋쟁이 하녀의 모습들은 지금으로부터 1,600여 년 전 고구려귀족의 삶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중기 즉 5세기 중엽～6세기 초엽에는 생활풍속도와 장식문양 혹은 사신문양이 독자적으로 혹은 뒤섞여서 그려졌다. 장식무늬로는 불교와 관련된 연꽃 문양을 비롯하여 동심원문, 인동문등이 많이 선택되었다. 앞 시기에 비하여 인물의 비중은 약화되었지만 역시 다양한 고구려인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장천 1호분은 생활풍속도와 장식문양이 그려졌는데, 부처에게 공양하는 예불도, 보살상 등이 표현되어 당시 불교가 유행하였음을 알게 한다. 또한 큰 나무 아래의 굴속에 곰 한마리가 웅크리고 앉아있고 굴밖에 범 한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는 등 단군신화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주목된다. 부유하게 살았던 고구려 상류층의 무덤이다. 수산리고분은 주인공 부부의 모습이 몇 가지 장면 그려졌다. 주인공 부부가 남녀시종을 거느리고 써커스를 관람하는 모습, 부하들에 둘러싸여 행진하는 모습. 특히 여주인공의 아름다운 옷차림이 인상적이다.
후기 즉 6세기 중엽～7세기 후반에는 대부분 사신도(四神圖)가 표현되었다. 이 시기에 와서는 인간세계의 모습이 그다지 표현되지 않는다. 사신은 사방을 호위하는 방위신의 개념이다. 즉 사방의 방위신으로서, 하늘의 28개 별자리 가운데 동서남북 각 7별자리를 나타낸다. 동 청룡․ 서 백호․ 남 주작․ 북 현무의 순서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시기 평양지역과 국내성지역의 벽화는 약간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평양지역에서는 사신도중심인데 비하여, 국내성지역에서는 사신도와 함께 다양한 神像이 인물의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오회분 4호 및 5호묘는 화려한 사신도와 함께 다양한 신의 모습이 보인다. 대장장이 신, 수레바퀴 신, 불의 신, 농사의 신, 해와 달의 신, 용을 탄 사람의 모습, 짐승을 탄 하늘신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고구려에는 사신신앙이 있었다. 사신신앙은 본래 중국에서 들어왔으나 오히려 고구려에 의해 꽃피게 되었다. 사신도를 대표하는 것은 강서대묘인데, 이 계열 벽화의 최고봉으로서의 예술적 가치가 있다. 고구려왕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고구려인들은 한 때 자신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삶이 점차 풍족해지면서 무덤 안에는 벽화와 같은 호화로운 장식이 덧붙여지기도 하였다. 그들의 죽음에 남겨진 여러 가지 흔적을 통하여 오늘 날 고구려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재현해낼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영광의 시대를 살다간 고구려인들은 돌 속에서 묻혀 저승에서의 삶을 이어나갔다. 그러한 전통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로 이어져 나갔다. 마치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한 이후 고려라는 국호가 생겨났고, 그 국호를 고려가 계승하였고, 그것이 다시 오늘 날 코리아로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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